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1년, 우리나라가 반도체 분야에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에 등극했다고 발표했다. 실험실에서 묵묵히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덕에 가능했다. 동부하이텍과 IDEC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대학생 시스템 반도체 설계 공모전"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젊은 기술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이 공모전에서 올해는 대상과 금상을 모두 우리대학이 휩쓸었다. 대상을 수상한 김영일(공학대학원·전자공학 박사 4기) 씨와 금상을 수상한 김종석(공학대학원·전자공학 박사 5기) 씨, 윤진오(공학대학원·전자공학 석사 3기) 씨 팀을 만났다.
공모전은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
영일: 이상선 교수님(공과대·융합전자)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셔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반도체 설계분야는 설계 아이디어를 칩으로 제작하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공모전에 참가하면 동부하이텍 측에서 무상으로 칩을 제작해줍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칩의 성능까지 테스트해 볼 수 있어 좋은 기회죠.
종석: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선두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나 설계 반도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습니다. 비메모리 분야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연구실 후배인 진오와 함께 나가게 됐습니다.
대회에서 수상한 내용이 궁금하다.
영일: 모바일 기기나 각종 소비가전은 내부 반도체를 통해 전원 공급을 받습니다. 따라서 안전하게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전압을 조절하는 칩의 기능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반도체 동작에 필요한 정격전압을 공급하는 전압조절칩(레귤레이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했습니다. 빠른 전류부하 조건에서도 일정한 전압을 공급하는 원리입니다.
종석: 저희 팀은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PFM 변압기를 연구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는 한 종류의 전압만 공급하는데 휴대폰 안에 있는 많은 칩들은 각기 다양한 종류의 전압으로 작동해요. 그래서 휴대폰 안에는 한 종류의 전압을 변환해주는 소형 변압기가 필요하죠. 배터리를 장시간 사용하려면 변압기의 효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배터리 사용시간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변압기의 효율이라고 할 수 있죠. 리플(Ripple, 전원에 따라 변하는 직류전압의 변조)이 적으면서도 효율이 높은 변압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 콤퍼레이터(Comparator, 비교회로) 대신 다이나믹 콤퍼레이터(Dynamic comparator)를 사용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구상을 하게 됐나.
영일: 소비전력 절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력관리칩에 대한 연구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소비전력의 개념은 가전제품에 붙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관련 저널 연구나 학회에 참석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지인들과의 토의를 통해 구체적인 연구로 발전시켰습니다.
종석: 연구실에서 변압기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변압기에는 PWM과 PMF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PWM은 기기의 크기와 상관없이 전력의 손실이 일정한데 반해 PMF는 유동적이라 잘만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다른 학회의 세션에 참여했다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또 최근 휴대폰 배터리의 사용시간이 너무 짧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이 많기 때문에 이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종석: 9월부터 설계에 들어가서 10월까지 설계를 끝내고 설계한 DB를 주최 측에 넘겼습니다. 그러면 11월부터 2월까지 주최 측에서 저희가 설계한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 칩을 제작해줍니다. 저희는 3월에 완성된 칩을 받아서 측정을 시작했어요. 보통 반도체 칩을 만드는 비용이 수백 만원 대라서, 학교에서 연구를 수행하기 쉽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공모전에 참가 팀에게 무료로 칩을 제작해주는 것만으로도 참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험할 때는 측정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실험 결과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설계했을 때와 측정했을 때 어떤 환경이 달랐던 건지, 장비는 무엇을 잘못 사용했고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 머리 아프더군요. 그리고 이 결과들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가 어려웠어요. 공학도는 설계하고 실험하는 역할이 다가 아니라 제품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장점을 어떻게 부각시키고 단점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들을 기획하는 게 만만찮더라고요.
진오: 직접 설계한 칩을 활용해서 측정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분석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효율이 낮으면 왜 낮은지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아직 모르는 점이 많아서 선배님 도움을 받아서 연구했습니다.
영일: 칩을 받으면 그 뒤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험과 측정의 연속입니다. 제작한 칩으로 실험을 측정하면서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의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그 동안 고생했던 일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실제 실험과정에서는 장비를 대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대부분의 측정 장비는 고가이고, 학교나 연구실용 장비는 아직 많이 부족한 환경입니다. 칩은 주최 측에서 제작해주지만 측정 장비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영일: 엔지니어의 가장 큰 기쁨은 자기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에 들어가 생활의 편리함에 기여한다는 데 있지 않을까요. 어느 회사에 가던 무슨 일을 하던 엔지니어로서의 기본마인드를 잃지 않는 것이 목표에요.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차세대 스토리지 디바이스로 SSD(Solid State Drive, 초고속 반도체 메모리를 이용하는 대용량 저장장치)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는 추세에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십 테라급의 차세대 OSSD(One-Chip SSD)를 제어하는 칩을 설계하고 싶어요.
종석: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로봇이나 전자기기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어서 우리대학 전자공학과로 망설임 없이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반도체 회로설계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학위과정을 하고 있어요. 박사 과정이 끝나서도 설계 엔지니어로 오래 일하고 싶어요. 세계 최고 수준의 변압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진오: 저는 문·이과가 모두 쉽게 볼 수 있는 전자공학 분야의 책을 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에요. 그러려면 우선 최고의 엔지니어가 돼야겠죠. 추후에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